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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 경찰과 119 구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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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일찍 귀가했습니다. 6시 40분에 퇴근해서 8시 30분쯤에 집에 들어왔고 9시 20분까지 청소를 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방학동 xx빌라는 조용한 동네입니다. 주말에는 아이와 엄마들이 간혹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신혼부부도 많은지 아이 울음소리도 많이 들리는 곳 입니다.

 

청소를 마치고 5분여간 샤워를 했습니다. 땀에 젖은 옷을 세탁통에 넣어두고 컴퓨터를 켰습니다. 마침 LG트윈스와 SK와이번즈의 야구경기가 진행중이었습니다. TV를 켜 놓고 컴퓨터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5분동안 앞집에서 큰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니 가끔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그려러니 했는데 큰소리가 고함으로 바뀌고 빨리!, 신고해! 등등의 고함이 계속 나왔습니다.

 

보통싸움이 아니었습니다. 3층에서 창을 통해 앞집 1층 앞 주차공간에 두 분이 울고 있었습니다. 또 한 분은 쓰러져 있었는데 왜 쓰러져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평소 조용하게만 지내던 동네였기 때문에 앞집을 보니 앞집, 옆집 모두 창을 통해 그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좀 많이 모여 있었지만 그 3인의 가족 앞에는 선뜻 가질 못했습니다. 옷을 챙겨 입고 그 현장에 가보기로 마음먹고 나갔습니다. 이 떄가 밤 9시 30분쯤입니다. 나가서 동네 주민의 이야기를 들으니 누군가 싸웠고, 칼로 흉부를 찌르고 도망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도 다급한 마음에 119나 경찰은요? 라고 동네 아주머니에게 물어봤는데 경찰차는 왔다가 다시 나갔고, 119 구조대 신고는 이미 5분전에 했지만 오리무중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빌라촌 이라서 퇴근 하는 차량이 각 빌라 앞에 주차하기 위해 모여들면서 차량의 헤드라이트로 쓰러져 있는 분의 몸을 비추게 되었는데 이미 온 몸이 피 범벅이었습니다. 가족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시는 분은 왜 119가 오지 않는지 고함을 치셨던 것이었고, 아주머니는 울고만 계셨습니다.

 

경찰은 왜 왔다가 다시 차를 몰고 오지 않았으며, 119는 1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지 동네 주민들의 원성이 커졌습니다. 다시 경찰차가 들어왔지만 현장 사진을 1장 찍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소한 응급처치도 할 수 없었고, 15분 쯤 흘렀을 때 119구조대가 도착했지만 동네 주민분들은 119가 너무 느리다, 전화하면 5분안에 와야 하는것이 아니냐며, 이미 사람이 죽었을 것이다라는 추측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사건 당사자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은 응급처치도 할 수 없게 쓰러진 분을 꼭 부둥켜 안고 있었고, 한없이 통곡하고 계셨습니다. 119의 문이 열리고 응급처치가 시작되고, 경찰이 그제서야 할 수 있는 행동은 일방통행으로 되어 있는(출차 할 수 있는 - 차가 많이 다니지도 않는)공간에서 119구조대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서 부끄러웠습니다. 모든 동네 주민이 팔짱을 끼고 그 광경을 구경만 하는 구경꾼이 된 것 입니다. 어느 누구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이지만 모두 쳐다보기만 했을 뿐 어떤 행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집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냥 슬퍼서 멍하니 있다가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경찰의 이상한 행동, 119구조대의 느린 출동, 주민의 방관으로 소중한 생명을 하나 잃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숨이 나고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시민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서 신속한 행동을 보여야 할 경찰과 119구조대, 오늘 이 사건을 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씁쓸함을 느낍니다.

 

사고를 당하신 분의 쾌유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치료를 잘 받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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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라도 어찌할바 모르고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을것 같아요.ㅠㅠ

    119가 왜 그리 늦게 출동했는지 이해가 안가네요.ㅠ

  • 아이고 이런.. 저도 어찌해야 할 지 몰라서 막 울고 있을듯합니다;;
    그런데 119는 참-_-

    • 지적을 하고 다음에 그러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재발 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 자동차사고나 추락사고같은건 구급대원이 아닌 사람이 병원으로 잘못옮기면
    부상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지만 칼에 찔린사람은 피가 계속 나올텐데
    무엇보다 빠른 후송이 중요할것같은데 경찰이 왔다가 그냥 갔다니 어이없군요.
    119 늦게 오는건 도로 여건상 늦을수도 있다고 이해해준다지만
    경찰은 대체 왜...

    119 늦게 오는건 모두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이렌 울려봐야
    잘 비켜주지도 않고...

    • 사건이 어느정도 해결되어야 경찰의 시시비비도 가릴텐데 정작 경찰차는 도착한 상태이고 환자는 피를 뿜고 있고...응급처치는 엄두도 못내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참 문제였습니다.

  • 함부로 나섰다간 만인의 눈총과 만에 하나 잘못되면 그 뒤로 이어질 것 하며...솔직히 바로 나서기는 힘든 상황으로 보이네요...
    하지만 정말 119와 경찰은...

    • 정말 감당키 어려울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움만 더 했구요.. 경찰 119구조대에 대한 문제는 다시 말을 꺼내기도 싫습니다.

  • 그러게 말입니다..

    119출동도 문제가 있지만.

    119가 출동해서 길을 비켜주지 않는 시민들도 문제가 있겠죠??

    • 답답해서 제가 다 말리고 싶었지만 저 또한 어찌하여 나설 상황이 아니라 판단했어요...나설것을...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 멍청이들... 119도 늦게 오는것도 한심하지만
    사이렌 울리면서 달려오는건 무조건 생명과 연관되는 큰 일인데
    그걸 안비켜주는 시민들도 한심하군
    불법 주정차만 좀 안했으면 좋겠지만요 후;

    • 구경 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길을 비켜주지 않아서 더 큰 문제를 야기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안타까운 현장에 계셨네요. 경찰과 119의 빠른 대응이 늦어진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 사건 당사자는 아니었지만..울분에 못이겨서 소리치는 당사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좀 답답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비밀댓글입니다

  • 얼마전에도 저희집 바로 앞집에 강도가 들었죠~

    전 제 작업실(반지하)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데... 새벽 3시쯤?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여자분 비명소리가 들리더군요...

    나가보니... 벌써 상황은 종료되고... 여자분은 울고 있고...
    한 5분 뒤에 바로 경찰차가 오더라구요... 흠;

  • 단감 2009.08.14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바로 옆에 사는데.. 전 이사건 있는지도 몰랐네요.. 그럼 싸우다 그런건가요? 아니면 강도??? 같은동네로서 너무 후덜덜 하네요~~ 헐헐

  • 구조대가 아님 2009.09.07 1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경우엔 구조대가 아니라 119구급대가 오는겁니다.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 및 병원 이송은 119구급대가, 화재 및 교통사고/익사 사고 등에서의 인명구조(구출) 업무는 구조대가 맡고있습니다. 특히나 구조대는 소방서 본서에만 있기 때문에 출동거리가 상당히 멀지요. 지방의 경우 구조대 출동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는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구급대가 고의나 업무 태만 등으로 늦게 오는 경우는 있을 수 없습니다. 출동에 관한 모든 상황이 지령컴퓨터에 남아있으니 거주하고 계신 지역의 소방서에 문의를 해보시지요. 출동지령 시간 및 출동시간/도착 시간 등이 모두 컴퓨터에 남아있습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 후에 이런글을 올리셔야 할 듯 합니다~^^

    • 말씀 감사합니다. 그 때 출동했던 분들은 구급대가 맞을 것 같네요.

      다만 그 구급대는 상당히 늦은 기억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미 출혈이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이고, 사람들이 몰려있었지만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