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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글

풍속화 : 붓과 색으로 조선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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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TV방송 프로그램과 영화가 있었습니다. SBS에서 방영되었던 프로그램인 '바람의 화원'(박신양, 문근영)과 영화로 상영되었던 '미인도'(김민선, 김영호)가 바로 그 작품들입니다. 또 하나 다큐프로그램 매니아로 부터 호평을 받은 EBS의 '화인'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풍속화가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이고, '김홍도', '신융복', '김준근' 등 풍속화가들에 대한 삶을 추적해 보고 현재와 과거를 회상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풍속화, 붓과 색으로 조선을 깨우다 - 10점
EBS 화인 제작팀 지음/지식채널


이 책을 제가 읽은 것은 약 한달 전으로 기억됩니다. 서평을 적는 것도 좋겠지만 EBS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진과 인터뷰를 해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제작진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내용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서평을 넣느냐 마느냐에 대한 고민도 했습니다. 간단하게 제가 읽은 내용을 정리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외의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김홍도, 신윤복, 김준근 등 당대의 최고의 풍속화가들의 생각과 그림, 삶의 모습들을 들춰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김홍도

타작도, 김홍도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을 통해서 우리는 각자 다른 사람의 삶을 볼 수 있고, 그런 일련의 일들을 통해서 자아가 깨어나고 성숙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아래에 펼쳐질 내용은 방송프로그램의 PD이고, 책의 대부분을 이끌어 오신 김광호PD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했고, 7가지 정도를 질문하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1. 조선시대의 화인들이 시공간을 넘어서 계속 기억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은 풍속화가들이 계속 기억되는 원인으로 좁혀 답합니다.)


 이 책에서 다룬 조선 후기 풍속화가들이 시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조선시대 사람들의 살아있는 모습을 제대로 화폭에 담아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선 전, 중기에 등장했던 화폭 속의 인물들이 사대부 양반과 같은 조선사회의 일부 계층이었다면 이들 풍속화 속 인물들은 정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천한 계층이었던 기생과 천민들의 모습까지 처음으로 생생하게 화폭에 담겨졌음은 물론 이들의 정서까지도 색과 선으로 잘 표현해 냈습니다. 한마디로 조선시대 사람들의 진짜 모습이 화폭 속에 고스란히 담기게 된거죠.


이렇게 람들의 모습과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한 그림. 그게 바로 조선시대 풍속화를 빛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만큼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도 드문 듯 합니다. 사랑하는 승려를 기다리는 애절한 모습의 아낙네 모습 속에서 현재의 우리 역시 시대를 초월한 애절한 사랑을 느끼게 되고 (신윤복의 ‘송낙’), 무동의 신나는 춤사위에서 우리 역시 저자거리 춤판의 신명을 느낄 수 있다는 것(김홍도‘무동’)이 바로 풍속화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인 것입니다.


게다가 이들 풍속화가들에게는 그림에 대한 뛰어난 재주와 감각 또한 있었습니다. 김홍도는 근대화 기법을 풍속화에 접목해 사실주의 화법에 기반을 둔 조선풍속화를 탄생시켰고, 신윤복은 본능적인 색과 구도에 대한 천재적 감각으로 조선 풍속화를 미의 세계로 이끌었으며, 김준근은 시대의 요구를 반영해 풍속화의 근대적 생산체제를 시도한 선구자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이런 그들의 천재적 감각 역시 그림 속에 스며들어 우리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화인 3인의 작품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선정한다면?


어려운 질문인데요. 신윤복의 ‘미인도’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미인도는 과거 학교 다닐때 중학교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아주 작은 사이즈의 그림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은 프로그램 만들 때까지 전혀 떠오르질 않았어요. 너무 작은 사이즈라 원본의 감동을 제대로 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 걸 프로그램 제작하면서 알게 되었죠.


프로그램 자료 수집차 문화재 복원 전문가 선생님 작업실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바로 ‘원본 크기의 ’미인도‘를 보게 되었습니다. 원본도 아닌 복사본 그림을 얼기 설기 조합해 만든 그런 그림이었는데도 (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원본 소장처에서 원본 공개를 안해 관련 전문가들도 복사본을 확대해 관련 작업을 하더군요)


미인도

신윤복의 미인도


어른 키의 2/3에 해당하는 실제 미인도 그림을 보고 제대로 필이 꽂혔습니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에서 부터  치마선 하나하나까지 화가의 정성이 그대로 배어 있는 그 그림을 보며 자리를 뜰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는 생각했죠.  ‘아, 이 여인을 신윤복은 진정으로 사랑했구나’  그래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이 작품을 실물 크기 그대로 복원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꼭 실물 크기의 ‘미인도’를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3. 화인 중 술잔을 기울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와?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지...


아마도 신윤복일 것 같네요.  정말 천재였던 화가였습니다.  취재를 통해 그의 미의식이 얼마나 뛰어났는지에 대해 알고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미적 구도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에 화폭 자체를 하나의 구도로 보고 그 속에 자신이 본 상황들을 본능적으로 그려 넣었고 색의 농담과 선택에도 뛰어나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매 그림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의 그림이 단순히 애정행각 등의 소재 때문에 강렬했던 건 아닌 것입니다.


그와 술잔을 기울인다면 그의 천재성이 어디서 나왔는지 묻고 싶네요. 시대에 대한 반항(중인으로서의 울분)이 그를 천재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그림에 대한 열정이 그의 천재성을 이끈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를 여자로 만든 지금 이 시대의 인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주. 책에서는 신윤복의 성별을 남성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조선 최고의 화원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역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을 감수하고 왕을 속이면서까지 여자였던 신윤복을 화원으로 만들었다는 가정이 그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능한 것인지 그에게 묻고 그의 반응을 살피고 싶네요. 


아마도 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까요? ‘술이 과하시군요... 그림 얘기나 더 합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주 한 접시를 더 내 놓으며 미인도 속 여인과의 관계까지 듣는다면 아주 유익한 술자리가 될거 같네요.

신윤복HP | HP oj7400

기방무사, 신윤복



4. 다큐멘터리와 그림의 공통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다큐멘터리나 그림이나 모두 동 시대 사람들의 살아 있는 스토리(story)들을 화면이나 화폭에 효과적으로 담아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에 다큐멘터리나 그림 모두 동 시대의 모습들을 다양한 형태로 담아내고자 노력해야하며 이를 통해 끊임없이 시대와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걸작 다큐나 그림들이 바로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5. 책 속의 그림이나 자료들을 찾는데 어려문 문제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제대로 된 자료 찾는 것 입니다. 이에 대한 어려움이 발생하면 말 그대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게 되죠. 관련 논문은 물론이고, 해외전문가 등에게도 의뢰합니다. 가령, 전통 색채전문가가 국내에 많이 계시지 않아 전통색채가 주로 광석 종류인데 착안해 광물분야 전문가를 찾기도 했습니다. 또한 조선풍속화의 구도나 농담에 대한 분석 역시 국내에서는 전무해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시는 교수님께 의뢰해 새롭게  서양 미술기법으로 풍속화를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김준근HP | HP oj7400

단오추천, 김준근



6. 이런 일련의 과정(다큐멘터리, 역사를 찾는 작업)들 중 계획하거나 해보고 싶은 작업은?


이건 미정입니다.(주.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콘텐츠 및 방송프로그램의 기획에 관해서 더이상 여쭤보기 어려워서 세부적인 부분은 묻지 않았습니다. 아직 다큐프로그램 PD로 계시니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만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7. 화인들의 작품이 외국에 소장된 것에 대한 소감이나 관계기관이 노력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 보시는지?


일단 국내 소장기관들에게 부탁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번 제작과 관련해 프랑스 출장을 갔을 때 일입니다. 유명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 갔더니 벽에 걸린 오래된 명화 밑에서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스케치북을 들고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마도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그 그림을 그려보는 수업인거 같았습니다. 이런 수업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들의 선조가 남긴 미술품들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리고 자라나서 그 미술품들을 더 아끼고 사랑하며 가꾸지 않을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우리 미술품을 너무도 모른다고 관계자분들은 한탄하십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1년 내내, 아니 언제나 볼 수 있을지 모르는 그림들이 대부분입니다. 꽁꽁 미술품 저장고에 숨겨진 채 그대로 있습니다. 보존이란 명분 하에 말이죠. 자신들의 소중한 미술유산을 직접 단 한번도 보지 못한 대다수 국민들에게 우리 미술품에 대한 사랑을 얘기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보존이 문제라면 공인된 기관에서 모사복원(원본과 동일한 모사본을 제작하는 것)을 해서 항상 전시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많이 봐야 많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 이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인터뷰 질문및 편집 : 모노피스

인터뷰 답변 : EBS 기획다큐팀 김광호PD


풍속화 : 붓과 색으로 조선을 깨우다라는 책은 그림을 좋아하는 분이나 어른들을 위한 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역사에 대한 인식은 물론이고 조선시대가 갖고 있는 여러가지 시대상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파고 들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다루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언급도 있고, 3인의 풍속화가인 김홍도, 신윤복, 김준근에 대한 부분을 쉽게 이해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사진과 그림에 대한 해석이나 느낌을 비교 해 볼 수 있습니다. 


* 인터뷰 포스트는 2009년 저의 극비? 프로젝트였는데 이제야 시작합니다. ^^; 다른 분들의 인터뷰도 재밌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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