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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글

[서평, 201911] 한자와 나오키 - 당한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 당한 만큼 갚아준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청량감은 내용이 전개되는 부분에서는 물론이고, 결말이 이르기까지 짜릿함을 선사한다.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의 직장생활의 모습은 담백하고, 안타까운 면이 많다. 글에서 느껴지는 디테일은 시종일관 한자와를 응원하게 만든다. 나라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하는 상상도 펼쳐보고, 15년 동안 몸과 마음을 다한 직장에서 내쳐지는 서글픔과 안타까움은 일본의 직장생활이 아닌 직장에 몸담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이야기다. 

 

 

우리가 Nine to Six를 경험하는 직장은 과연 내 편인가? 아니면 나를 소모품의 하나로만 인지하고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되돌아 보게 만들었다. 더불어 나 역시 후배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직장과 거래처 등을 '뒤로했다'는 표현이 이상적이었다. '뒤로했다'라는 표현이 가진 의미를 재해석하는 것보다는  직장과 업무 중심의 사고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 극 중의 표현으로 적절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직장이 내게 어떤 의미로 읽혀지고,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그 생각의 여유가 직장에 대한 부담인지, 사람과의 관계인지 알 수는 없다. 우리는 거대한 기계의 부속처럼, 또는 모던타임스의 찰리 채플린처럼 일만 하는 노동자로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공장이나 기계 부속만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업의 직장, 내가 속한 그 현실에서 우리는 잠시 부속품으로 생활하고 적응하지만 내적인 고민은 잊은 지 오래다. 

 

모습은 물론 찌든 생각으로 점철된 사고를 전파하는 보스를 상대하는 한자와는 시종일관 부당함을 겪는 주체로 등장한다. 이 등장에서 한자와는 다른 대상이 자신을 짓밟도록 내버려두진 않는다. 정당한 투쟁과 팩트에 기반한 항변을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틀에 정해진 삶인 것처럼 조직은 한자와를 괴롭힌다. 

출처 / 채널w - 한자와 나오키 드라마 캡쳐

 

우리는 언젠가부터 부당함에 대한 거부나 의견을 펼치지 못한다. 한자와 역시 처음에는 소극적이었지만 더는 인정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변화의 과정은 한자와가 스스로 터득한 삶의 지혜이자 직장생활 노하우 마스터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부당하면 부당하다고 의견을 정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의견을 제시한다고 그 의견이 모두 반영되기 만무하며, 그 의견이 상사나 문제제기를 한 사람과 배치되는 경우 또 다른 토론의 여지와 시간이 생성된다. 

 

한자와 나오키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 이야기는 성장드라마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의 변화된 모습을 그려낸 이야기라고 느꼈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여러 주요 인물이 스스로의 성장과 변화를 통해서 좀 더 융통성이 있고, 진정성을 공유하면서 변화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 재미는 어린아이의 성장보다는 잘 자란 잎새들 틈에서 피어난 벚꽃이 활짝 핀 느낌이었다. 그리고, 바람에 꽃잎이 날리지만 금세 열매를 맺는 그런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일본의 느낌이 강한 표지디자인이 인상적인 책. 한자와나오키.. 오랜만에 만난 디테일이 강한 글을 시원시원하게 읽어 내려갔다. '이케이도 준 작가'의 글을 첫 만남이었지만 작가의 글을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내 생각만 그런 것은 아닐 테다. 더욱 자주 만나게 될 작가 이케이도 준의 글.. 일본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는 말이 과찬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진심으로 추천한다.

일본판 미생과 같은 스토리를 만나보고 싶다면?

 

한자와나오키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