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사진

 아래 내용은 '익숙했던 오후2시 33분'이라는 '온라인 사진전'에 대한 작가 노트다. 막상 사진전, 작가노트라는 말이 좀 부담스럽지만 사진을 찍는동안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다. 어떻게 담을 것인지 고민하고 찍었고, 사진을 찍는 시간도 대략 30분 정도여서 빨리 진행해야만 했다. 이런 즐거움은 쉽게 느끼긴 어렵다. 사진을 찍은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지나치는 공간을 이렇게 기획해서 담아낼 수 있구나? 라는 마음이 무척 가벼웠다. 

 

낯선 곳. 뜨거운 햇살, 바닷가의 찌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녹음이 가득했지만 시멘트로 만들어진 건물은 철근 때문인지 녹이 잔뜩 슬어있었다. 나무들이 경쟁하듯 자라 있는 것은 물론 풀들도 더 높은 곳을 오르려고 하는 것 같은 곳. 많은 이들이 이 길을 지나쳐서 걷고 있지만 사진 욕심이 생길만한 풍경은 아니었다. 누구에겐 익숙한 곳이겠지만 외지의 사람은 땅을 밟아보지 않고 떠나는 그 곳에는 사람과 친하지 않은 풀벌레와 야생동물들이 꽤 보였다.

 

 

 

 

 

많은 것들이 개발되고 버려진다. 버려진 것 틈새에서는 인간이 뿌려놓은 것에 반항이라도 하듯 생명이 숨을 쉬고 있다. 이들은 이전부터 이곳을 낙원이라 생각하고 삶을 영위하지만 콧노래를 부르긴 어려웠겠지. 쓸모 없는 것이라 생각되는 것에 가치가 되었건 노력이 더해지는데 이 곳에서는 그런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봐도 비슷한 처지다. 햇살은 뜨겁게 내려오고 있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목이 말라 보이고, 힘든 모습이 역력하다.

 

 

 

 

모든 것이 그러하겠지만 버려진 것은 나름의 철학을 갖고 세상을 향해 덤비고 있다.

 

 

 

 

누군가가 일부로 방치한 착각이 들었다. 나무와 건물은 말할 수 없는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하얀 벽 같지만 서서히 하늘색과 동화되고 있었다.

 

 

 

 

이 풍경들을 마주하며 마치 잘 가꿔진 정원같은 느낌도 받았다. 물론 관리가 전혀 안된 상태지만. 나무는 스스로 정화하고 자신을 가꾼듯 했다. 잔디보다 더 푹신한 수풀들은 밤엔 노래를 부르고 아침에는 이슬을 머그믄 자태를 뽐냈다. 풀벌레 소리도 가지 각색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현대무용의 난이도 높은 동작을 시도하는 나무도 있었고, 꽂꽂하게 난 제대로 된 생을 살아간다고 말을 걸어오는듯 했다. 배부르게 먹지 않아도 속은 충만하고 대지의 기운과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로 샤워를 하지 않았을까?

 

 

 

 

좀 멀리서 숲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접근을 해보니 이 풍경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폐교 건물의 뒷모습이지만 나무는 그 자체로 건물과 조화를 이룬다. 빗질을 누가 해줄수도 없겠다만 굳이 표현하자면 염색한 머리가 뻗친것처럼 자연스러움에 호감이 더해졌다.

 

 

 

 

작은 학교의 출입문은 녹슨 열쇠와 깨진 창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더위가 한창이었지만 건물 내부는 햇볕이 제대로 들지 않아 아이들이 낮잠자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 같다. 아이들을 품은 학교 건물은 이대로 사라질까?

 

 

 

 

반대편으로 접근했다. 유리창이 가지런히 배열되었지만 누가 돌이라도 던졌는데 이곳 저곳에 상처 투성이다. 학교는 사라졌지만 아이들의 재잘재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익숙했던 풍경의 기억이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졌다.

 

 

 

 

어떻게 사진을 담아낼 것인가? 고민하다가 고동색 뱀 한마리와 마주했다. 발빠르게 내가 존재하는 곳의 반대편으로 물러갔다. 왜 왔느냐고 반문하지도 않았다. 텃밭에는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먹거리를 키워냈다. 가끔 물과 영양제를 주는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들 역시 싱싱했다. 또한 심심해 하기도 했다. 벌레가 존재하지 않는게 낯설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날 지켜보고 있는지도...

 

 

 

 

동네에 사는 친구들이 아마 무리를 지어 저곳에서 불을 지폈을 것이다. 오래전이라 화재의 흔적은 사라지고 있는듯 하다. 돌위에 자란 풀들인지 옥상에 있는 흙에서 풀들이 자라났는지 모르겠다. 바람에 한들한들 춤을 춘다. 오늘도 마주한 태양과 바람, 구름에 인사를 하고 있었다.

 

 

 

 

왼쪽편의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평온한 일상을 느낄수 있었지만 옆에서 바라본 건물의 외벽은 오랜 흔적을 오래보라고 여러가지 모양으로 변화했다. 테트리스 게임이 연상되는 블럭이 아래로 떨어지는듯 느껴졌고, 어두컴컴한 내부의 모습은 두려움에 앞서 내부공간을 보기가 겁났다. 마치 누군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래된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은 마치 수용소 같은 이 건물의 전경은 '익숙했던 오후2시 33분'의 기록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은 바닷가 마을의 그 냄새였다. 짭쪼름한 바람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온라인 사진전] '익숙했던 오후2시 33분' by 이노[장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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