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

40년을 넘게 살아온 이 몸뚱이가 가끔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일상과 생각과 행동은 불합치 하는 순간이 더 많음을 느낀다. 내 생각은 이렇고, 타인의 생각이 다름을 느끼고, 나름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 보려고 하지만.. 이게 어느 순간부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40년을 넘게 버텨서 그런 것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직장동료, 친구들, 협회원, 친인척, 가족 들과의 관계 형성과 그 유지에 따른 기회 비용도 만만찮다.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싶지만 그 우선 순위를 정하는 기준도 모호하거나 애매한 경우도 상당하다. 카오스 같다고 해야 할까? 두려운 마음이 앞설때도 많다. 우린 언제 평온 할 수 있을까? 


감기에 걸리면 우선 몸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바이러스와 내 몸의 세포가 치열한 다툼을 한다고 했다. 이 다툼 자체가 없으려면 감기를 그냥 받아드리면 된다. 




감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장점을 꼽자면...


1. 비염 증상이 완화된다.

비염의 코 간지러움, 맑은 콧물의 흐름, 시도때도 없는 재채기와 훌쩍거림

(이 훌쩍거림을 제대로 느끼려면 버스, 지하철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들린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훌쩍거리면서 자신의 콧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거부하듯 몸 속으로 재충전한다.)



2. 정신, 몸 상태가 몽롱하다.

마약류, 대마초류, 주류 등을 흡입하지 않아도 몸이 붕붕 뜨는 경우가 있다. 

결정적인 것은 아픈게 덜하다. 피부에 들어오는 일정한 아픈 촉감들이 들어 왔으면 나가게...하는 식으로 통증이 덜 하다는 것을 느낀다.

직장인이라면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나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 등이 급하지 않는 것으로 전환되어 협력사가 갑질을 한다고 느낄지도...



3. 가끔 열과 힘이 날 때가 있어서 운동 하고 싶어진다.

오늘 느낀 새로운 경험이다. 점심식사에 직장동료들이 먼저 출발했고, 합류하려고 가는 길에 갑자기 조깅을 하게 되었다. 

속으로 미친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실내온도 14도로 시작한 사무실에서 아침내내 골골거렸던 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4. 잠이 잘온다.(버스, 지하철, 회사, 집) 시도 때도 없이.

어제는 집이 떠나갈 정도로 코를 심하게 골았다고 했다. 그 분께서 발로 몇 대 찼다면 좋아했다. -_-;

지하철에서는 옆으로 헤드뱅잉을 한 것 같다. 옆에 앉았던 묘령의 여인이 무의식 상태인 나를 향해 엘보를 시전했다. 

난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아마 점심에 짜장면을 먹을 것이다 라고...



5. 누군가 챙겨준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뭔가를 챙겨준다. 직장동료인 서모씨는 귤을 하나 건내주었고, 

직장 동료들은 곁으로 오지 말라며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주셨다.

고마워서 편의점에서 쌍화탕을 선물했다. 



6. 술자리 약속이 없어진다.

가끔 있던 약속들. 직장인의 비애, 낭만, 추억의 대화 시간이 줄어서 좋다. 연말에 바쁜 일로 바쁜데 회식, 미팅, 티타임 등이 많아져서 불편했다. 

그런데 의외로 감기 핑계를 대면 식사, 술자리 약속이 부드럽게 사라진다. (꿀팁) 

21세기 감기의 전투력이 25년전 드래곤볼의 초사이어인도 몽롱하게 만들 수준으로 강력해 졌기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7. 원래 표정이 안좋지만 아파 보인다고 위로를 받는다.

사람은 누구나 위로를 받고 싶어한다. SNS의 수많은 글, 사진, 영상 모두 위로를 받기 위한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 표정은 내가 봐도 그리 좋지 않다. 특히 중년 아저씨의 포스로 얼굴 생김새가 변하고 몸무게는 변화가 없다. 

가끔 아내도 이런 말을 한다. (난 아주 평온한 상태) 뭐 때문에 화났어? 

난 이렇게 대답한다. 지금 상당히 행복한 상태임.. ㅜ.ㅜ



8.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입맛이 돈다.(점심엔 굴짬뽕, 유린기..ㅋ)

먹는게 남는거다. TV에서 종일 먹방만 한다. 잘 먹는게 무슨 권력인양 거대한 사람들이 먹방을 찍고, 끊임없이 식당 소개와 레시피를 자랑한다. 

15분만에 쉐프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먹으며, 최고의 음식이라고 칭송한다. 

먹어본 음식을 선호하기에 음식에 대한 도전을 함부로 하지는 않지만 감기 증상이 있으면 이것저것 맛을 본다. 

그리고, 끝장을 볼 때도 있다. 그래서 감기가 빨리 낫는 것인지도..(어제 새벽에는 극혐하는 생강차(1/3 이 생강)를 신나게 마셨다)



9. 특근을 하지 않아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 나는 내게 주어진 근무시간을 완료하고 집으로 갈 것이다. 

난 전체적으로 피곤한 상태이고, 여린 소녀 감성과 마음을 가진 감기 환자이기 때문이다.

오늘 할 일은 내일 하는 것이다.  



10.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표정으로 승부)

오전에 2번의 통화를 했다. 열과 성의를 다했다. 

점심식사 전까지 매우 힘들었다. 목소리도 삑사리가 좀 나고, 편도가 부어서 간지럽고 거북하다. 

대신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많은 부분 진행했다. 가끔 눈을 감고 있으면 동료들이 지나가면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장CP님 표정이 안좋으세요....ㅜ.ㅜ  고마울 따름이다. 



이상 만성 비염환자이자 여린 소녀 감성을 가진 감기환자가 적어 본 감기가 걸렸을 때 느끼는 장점들 이었다. 


마지막으로 감기에 최고의 특효약은 오렌지, 귤 등 비타민C 가 함유된 음식이 감기를 빨리 낫는 것 같다.

위의 장점을 생각해서 가장 피해야 할 음식일지도...

티스토리 툴바